비영구손실이란? 유동성 공급의 숨은 비용
유동성을 공급하면 왜 그냥 들고 있는 것보다 손해가 날 수 있는지, 가격이 얼마나 벌어지면 얼마나 손실이 나는지, 그리고 '비영구'라는 이름이 왜 오해를 부르는지 정리했습니다.
수수료를 받는 대신 지는 위험
탈중앙 거래소의 풀에 두 자산을 짝지어 넣으면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수수료를 나눠 받습니다. 표시되는 연 수익률만 보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그 수익에는 짝이 되는 비용이 있습니다. 그것이 비영구손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손실'이라기보다 '기회 대비 부족분'입니다. 두 자산을 그냥 지갑에 들고 있었을 때의 가치와, 같은 자산을 풀에 넣어뒀다가 뺐을 때의 가치를 비교했을 때 후자가 더 적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왜 손해가 나나
풀은 두 자산의 잔량으로 가격을 정합니다. 그래서 바깥 시장에서 한쪽 가격이 오르면, 차익거래자들이 풀에서 그 오른 자산을 싸게 사 갑니다. 그 결과 풀 안에서는 오른 자산이 줄고 오르지 않은 자산이 늘어납니다.
즉 풀은 내 의사와 무관하게 '오르는 자산을 계속 팔고 내리는 자산을 계속 사는' 방향으로 자동 조정됩니다. 가격이 크게 움직였을 때 내 몫을 빼면, 오른 자산은 처음보다 적게 들고 있게 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얼마나 되나
일반적인 구성의 풀에서는 계산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두 자산의 상대 가격이 처음의 r배가 됐을 때 손실률은 '2 × √r ÷ (1 + r) − 1'입니다. 가격 배수만 알면 바로 나옵니다.
숫자로 보면 감이 옵니다. 1.25배면 0.6%, 1.5배면 2.0%, 2배면 5.7%, 3배면 13.4%, 5배면 25.5%입니다. 두 가지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첫째, 완만하게 시작해 가파르게 커집니다. 둘째, 방향과 무관합니다. 2배로 오르든 절반으로 떨어지든 손실률은 똑같이 5.7%입니다.
'비영구'라는 이름의 함정
이름이 비영구인 이유는, 가격이 처음 비율로 돌아오면 이 차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장부상으로만 벌어졌다가 원위치하면 없던 일이 됩니다.
문제는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유동성을 빼는 순간 손실은 그대로 확정됩니다. 이름 때문에 '어차피 없어질 것'이라고 넘기기 쉬운데, 확정 여부는 가격이 아니라 내가 언제 빼느냐가 결정합니다.
수수료와 저울질하기
유동성 공급이 이익이 되려면 조건은 하나입니다. 그동안 받은 수수료가 비영구손실보다 커야 합니다. 그래서 거래가 활발해 수수료가 많이 쌓이는 풀일수록 유리하고, 거래는 뜸한데 가격만 크게 움직이는 풀은 최악입니다.
표시된 연 수익률은 대개 수수료만 계산한 값이고 비영구손실은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연 20%라고 적혀 있어도 그 사이 가격이 3배 벌어졌다면 13.4%를 잃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셈입니다.
언제 커지고 언제 작아지나
두 자산의 가격이 함께 움직일수록 손실이 작습니다. 스테이블코인끼리 짝지은 풀은 가격 비율이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비영구손실이 사실상 미미합니다. 같은 자산의 파생형끼리 묶은 풀도 비슷합니다.
반대로 한쪽이 신규 토큰이고 다른 쪽이 스테이블코인인 풀은 가장 위험합니다. 토큰 가격이 몇 배 오르내리는 것이 예사라 손실이 커지고, 프로젝트가 무너지면 풀 안의 구성이 가치 없는 토큰 쪽으로 쏠려 사실상 전부를 잃습니다.
집중 유동성은 더 예민하다
유니스왑 V3 이후의 집중 유동성 풀은 내가 지정한 가격 구간에만 자금을 배치합니다. 좁은 구간에 몰아넣으면 같은 금액으로 훨씬 많은 수수료를 벌 수 있지만, 그만큼 가격 변화에 대한 노출도 커집니다.
게다가 가격이 내가 정한 구간을 벗어나면 자금이 한쪽 자산으로 전부 바뀐 채 멈추고, 그때부터는 수수료도 쌓이지 않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광고하는 전략일수록 구간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며, 방치하면 손실만 확정되는 구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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