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란? 체인 간 자산 이동이 위험한 이유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에 자산을 옮기는 브릿지의 작동 방식과, 왜 브릿지가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해킹들의 무대가 됐는지, 그리고 안전하게 쓰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체인끼리는 서로를 모른다
이더리움과 솔라나는 각각 독립된 장부입니다. 서로의 상태를 직접 읽지 못하고, 이더리움의 코인을 솔라나로 '보내는' 일도 원래는 불가능합니다. 각 체인은 자기 안에서만 완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체인 간 이동이 매일 일어납니다. 이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 브릿지입니다. 다만 진짜로 코인이 건너가는 것은 아니고, 건너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장치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잠그고, 찍어낸다
가장 흔한 방식은 잠금과 발행입니다. 출발 체인의 계약에 원본 자산을 잠가두고, 도착 체인에서 그만큼의 새 토큰을 찍어 줍니다. 이 새 토큰을 랩드 토큰이라 부릅니다. 되돌아올 때는 반대로 랩드 토큰을 소각하고 잠긴 원본을 풀어 줍니다.
그래서 도착 체인에서 받은 토큰은 원본 자산 그 자체가 아니라 '잠긴 원본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교환권'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뒤에서 다시 나옵니다. 이 외에 양쪽 체인에 각각 유동성 풀을 두고 한쪽에서 받아 다른 쪽에서 내주는 방식, 발행사가 출발 체인에서 소각하고 도착 체인에서 새로 발행하는 방식도 쓰입니다.
왜 가장 큰 표적이 되나
이 구조의 필연적인 결과가 있습니다. 잠긴 자산이 한 계약에 계속 쌓인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이용자가 오랫동안 넣은 자금이 한곳에 모이니, 공격자 입장에서는 목표가 아주 뚜렷합니다.
실제로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사고 여럿이 브릿지에서 났습니다. 2021년 8월 폴리 네트워크에서 약 6억 달러, 2022년 2월 웜홀에서 약 3억 달러, 같은 해 3월 로닌에서 약 6억 달러, 8월 노마드에서 약 2억 달러, 10월 BNB 브릿지에서 5억 달러가 넘는 규모가 빠져나갔습니다. 폴리 네트워크처럼 대부분 반환된 경우도 있지만,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어디가 뚫리나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열쇠입니다. 많은 브릿지가 소수의 검증자 서명으로 '자산이 잠겼음'을 확인하는데, 그 검증자 키를 충분히 확보하면 잠긴 적 없는 자산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로닌 사고가 이 유형으로, 사회공학 수법으로 다수의 검증자 키가 넘어갔습니다.
다른 하나는 검증 로직의 버그입니다. 도착 체인의 계약이 '출발 체인에서 정말 잠겼는지'를 확인하는 코드에 허점이 있으면, 가짜 증명으로 토큰을 무한정 찍어낼 수 있습니다. 웜홀과 BNB 브릿지가 이 유형이었습니다. 브릿지는 두 체인을 모두 다뤄야 해서 코드가 복잡하고, 그만큼 이런 허점이 생기기 쉽습니다.
랩드 토큰의 숨은 성질
브릿지로 받은 랩드 토큰은 그 브릿지가 정상 작동한다는 전제 위에서만 가치를 가집니다. 브릿지가 해킹당해 원본이 사라지면, 손에 든 랩드 토큰은 되찾을 원본이 없는 종이가 됩니다. 실제로 사고 직후 랩드 토큰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같은 이름의 토큰이라도 어느 브릿지를 거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자산일 수 있습니다. 도착 체인에 같은 코인의 버전이 여러 개 존재하고 서로 교환되지 않는 상황도 흔합니다. 유동성이 얕은 버전을 받아 두면 팔 곳이 없어 곤란해집니다.
안전하게 쓰는 습관
첫째, 가능하면 브릿지를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중앙화 거래소가 두 체인을 모두 지원한다면, 거래소로 보내 출금 네트워크를 바꾸는 방식이 훨씬 단순합니다. 둘째, 꼭 써야 한다면 해당 체인의 공식 브릿지를 우선 고려하고, 검색 광고가 아니라 프로젝트 공식 문서의 링크로 들어가세요. 가짜 브릿지 사이트는 흔한 사기 수법입니다.
셋째, 처음 쓰는 경로는 반드시 소액으로 시험합니다. 넷째, 자산을 브릿지에 오래 묵혀두지 마세요. 옮긴 뒤 바로 쓸 계획이 있을 때만 옮기는 것이 원칙입니다. 마지막으로 도착 체인에서 쓸 가스비용 코인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자산은 건너갔는데 수수료를 낼 코인이 없어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의외로 자주 생깁니다.
유의사항
본 가이드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암호화폐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므로 투자 결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